2023년 회고록

 

2023년도는 제게 정말 이상하고 묘한 한 해였습니다.
한 해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버려서 하루하루가 아쉽다고 생각이 드는 해였거든요.

2022년도 말에 홀린 듯이 개발해보겠다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급하게 국비학원들 알아보고, 비전공자들 후기 찾아봤습니다. 퇴사하고 쉬면서 시간을 가지고 사전 학습도 좀 하고 학원 등록했어도 됐는데 쉴 틈 없이 굳이 굳이 1월 초부터 학원을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해요. 왜 그랬었는지 아직도 스스로가 이해가 안되는데 사전 지식 하나 없는 노베이스로 개발에 뛰어든 그 용기만큼은 가상 했던거 같습니다. 

 

학원 첫 달부터 첫 번째 프로젝트 마칠 때 까지 눈물로 보낸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다이어리 보면 4월달은 내내 울었음🥲) 
기본 지식, 단어조차 몰랐으니 못하는게 당연한거지만 그 와중에 욕심은 많아서 수업 내용 따라가볼려고 스터디 시간에도 늦게까지 남아 복습해보고, 집에 가서도 한번씩 보고, 주말에도 학원 나와서 복습하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못하긴 했습니다...ㅠ
같은 수업을 들어도 잘하는 사람들을 이해와 동시에 응용을 바로 하더라구요. 
반면 저는 이해 조차 못 하는 나를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자괴감이 들던지 프로젝트 때는 민폐 끼치는 빌런이 된거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제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나는 이쪽에 재능이 없구나 그만둬야겠다 그럼 나는 앞으로 뭘 해야하지? 이 생각만 수천번 되뇌었어요. 진짜 심했을 때는 매일 밤 울면서 잠들고 학원 가서는 화장실에서 몰래 울고 정말 찌질하기 짝에 없었죠.
이때까지 일 다니면서도 운 적이 없었고 슬픈 영화봐도 잘 안 울고 눈물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던 제가 이렇게 잘 우는 사람인지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세울 때 마다 다시 다잡아주고 따듯한 위로를 해주며 붙잡아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들, 공부한다고 힘드니깐 맛있는 간식 틈틈히 보내준 친구도 있고, 나중에 취업하면 맛있는 쏘라고 만날 때 마다 밥 사주는 친구들도 있었고.
국비학원 선생님은 제가 상담 요청 할 때마다 퇴근도 못하시고 공감해주시면서 응원해주셨습니다.
같이 국비학원 수료했던 동기분들도 다 좋은 분들이여서 친하지도 않은데 모르는거 알려달라고 했을 때 다들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이해 안되면 될 때까지 물어봤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도와준 분들이 많았어요.
매번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람이 싫어서 개발공부하는거라고 했는데, 결국 그 누구보다 사람들한테 의지하는건 나였고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표현은 많이 못했지만 정말 그저 감사 할 따름입니다.🙇‍♀️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얼마나 휘몰아쳤는지 좋았다가, 싫었다가, 매일매일이 난리였었죠.
여전히 다스리기는 어려운 감정들입니다만, 그래도 못난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나니 편해지더라구요. 이런 나 자신을 나라도 좋아해야지 이러면서 받아들이니 제법 단단해진 내가 보입니다. 이전에는 스스로를 몰아치고 냉혹하게 비판하는게 자아성찰이며 성장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스스로의 자존감을 낮추는 거 밖에 안되더라구요. 

앞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얼마나 더 무너지고 좌절할 상황이 올지 예측되지 않습니다. 아마 학원 다닐때 보다 더 극한의 상황들을 마주하겠죠? 늘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24년도에는 좀 더 편안하게 멘탈을 지키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더 이상 나에게 의심을 던지지 않고 스스로를 믿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공부하는게 지금은 즐거운 거 같아요. 이 마음가짐을 유지하면서 느리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가보겠습니다. 23년도는 나 하나 챙기기 버거워서 주변을 못 둘러봤는데 그럼에도 저를 챙겨주고  투정도 다 받아준 좋은 사람들이 곁에 너무 많았어요.

 2024년에는 저도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 2023년 흑역사를 담아낸 글일지도 모르겠지만, 

다가올 새해에는 재미있게 여유를 가지면서 살아가고 싶어서 다짐하며 쓰는 글✌️